요양보호사 적용 법 위반…리스크 줄이려면 재설계·보완 필요 

포괄임금제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연장, 야간, 휴일가산수당 등 법정수당을 포함해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정한 계약을 말한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의 산정방법은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 자체가 곤란한 경우에 판례는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인정한다.

대상판결

노동의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상당하고, 업무의 밀도가 높은 요양보호사에게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면 위법이다(대법원 2016.9.8. 선고 2014도8873).

포괄임금제.png

사실관계

경기도내 노인센터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했던 근로자들은 포괄임금 계약과 관련해 최저임금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노인센터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 요양보호사들은 노인센터의 대표와 일체의 법정수당 그리고 상여금 등이 포함된 월정액 110만원의 급여를 지급받기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요양보호사(이하 근로자)의 근무형태는 주간, 야간 그리고 휴무인 3교대제였다. 주간조 근로자는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1시간의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6시30분까지 1일 9시간을 근무했다. 법정근로시간인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1시간의 연장근로를 했다.

야간조 근로자는 오후 6시30분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 근무, 근로시간 도중 4시간의 휴게시간을 부여받았다. 휴게시간이 정해져 있음에도 야간에 요양대상자가 비상벨을 누르는 경우가 많아 근로자들은 잠을 자지 못하고 늘 ‘대기상태’로 있었다. 대기상태의 법적 성격에 대해 우리 법원은 일관되게 근로시간으로 판단하고 있고, 이 사건에서 검찰 역시 대기상태를 근로시간이라고 주장했다.

공짜야근2.png

사용자는 야간에 휴게할 수 있는 야간수면실을 근로자들에게 제공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검찰의 주장과 달리 휴게시간을 부여했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4시간 중 1시간만을 휴게시간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3시간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으로 판단했다. 야간수면실은 4층 원장실을 통해 출입할 수 있었고, 수면실 내에는 간이침대 2개와 침구류뿐이어서 근로자들이 수면을 취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근로시간으로 판단한 이유다. 야간조 근로자들은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1일 13시간을 근로했고, 1일 법정근로시간(8시간)에서 5시간을 초과해 근로했다.

검찰의 기소요지는 연장근로시간과 그에 따른 수당, 그리고 야간근로시 중복할증 지급돼야 하는 야간근로수당 등을 합하면 월 110만원을 상회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에게 나머지 차액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임금 미지급)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실제 지급된 임금 110만원에서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연장·야간수당 등을 제외한 기본임금은 최저임금액에 미달하기 때문에 최저임금법 위반이란 주장이다.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png

포괄임금제 기본법리

임금지급방법은 근로시간 수의 산정을 전제로 한 것인데, 예외적으로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해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춰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대법원1997.4.25. 선고 95다4056 판결 등 참조).

이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따라서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지급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지를 따져, 포괄임금에 포함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 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해 무효라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해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1도12114 판결 등 참조).

판례법리를 정리하면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포괄임금제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약정해 지급된 임금총액이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기초로 계산한 임금총액에 미달한 경우에는 그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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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포괄임금 계약체결 유효

3교대제이기 때문에 연장, 야간, 휴일근무는 당연히 예정됐고, 포괄임금제 계약에 합의한 근로자들이 퇴직일까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법원은 검찰의 청구를 기각했다. 포괄임금제 계약이 유효하기 때문에 근기법과 최저임금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과 대법원, 포괄임금 계약체결 무효

이 사건 요양보호사에 대한 포괄임금제 적용이 무효라는 근거에 대해 법원은 “포괄임금제 적용이 가능한 ‘감시 혹은 단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경우도 근로기준법 제63조에 의하면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하여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포괄임금제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다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 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출·퇴근 시간 및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고 정해진 일과에 따라 업무의 밀도가 상당히 높았고 ▲4시간의 휴게시간이 주어지긴 했지만 수면실 사정 등에 비추어 근로자들이 수면을 취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 3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했고 ▲휴게시간이 없어서 근로자들의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상당했던 점을 인정했다.

이같은 사정을 종합한 후 법원은 “이 사건 노인센터의 요양보호사들의 업무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포괄임금제를 적용함으로써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여 이들에게 불이익이 있으므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포괄임금제 약정 중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부분은 무효”로 판단, 노인센터 대표에 대한 유죄선고와 함께 벌금 100만원을 확정했다.

2심 판결을 확정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업무의 밀도나 노동의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높거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면 포괄임금제 적용이 상당히 제한된다. 또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지급한 임금총액이 실근로시간에 따라 계산한 금액과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차액부분에 대해서는 임금지급 의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판례다.

특히 포괄임금제가 법원 판결 등 위법한 것으로 판단된 경우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에 대해 지난 3년간 미지급한 각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더욱이 해당 근로자 이외 같은 사업장내 근로자 모두가 청구하는 경우 3년간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예측하지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임금지급방법으로 포괄임금제를 운용하고 있는 사업주라면 포괄임금제가 법위반이 되지 않도록 재설계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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