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민주당 고양 덕양구(갑)지역에 출마하는 김기준씨.
참여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치뤄지는 4·24 재보궐선거에 정치권의 이목이 모아지는 가운데 현직 은행원이 ‘사회민주주의’라는 한국정치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념을 내걸고 출마를 선언해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외환은행에 근무하는 김기준(46·사진)씨로 그가 현직 은행원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출마배경이 남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일 이번 재보궐선거의 최대 접전지역으로 꼽히는 덕양구(갑)지역에 출마하는 김씨를 추대하는 대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그동안 분단하에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치를 고민해 왔다”며 “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인 사회민주주의가 우리정치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가 평범한 은행원에서 국회의원 후보, 그것도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사회민주주의를 내걸고 출마한 이유는 무엇일까.

◇ 모범학생이 은행원을 거쳐 노동운동가로

경기도 파주에서 빈농의 장남으로 태어난 김씨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그곳에서 학창생활을 했다.
이후 서울에서 유학한 그는 숭덕중·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무역학과(현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소위 모범학생 축에 들었다.
대학졸업과 군 제대후 85년 외환은행에 들어간 김씨는 87년 6월항쟁과 7∼8월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면서 당시 유행처럼 번진 노동조합의 길로 들어섰다.
김씨는 “그 때만해도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시기였다”며 “노조활동을 하면서 조합원을 위해 봉사하는 법을 배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95년도부터는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역할을 맡아 은행내에서 여(女)행원들에 대한 인사 및 급여상 불이익을 시정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으며, 노동조합의 경영참여를 통해 행원들의 의견이 경영에 반영되도록 하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김씨가 노조활동을 하면서 가장 시련을 겪던 시기는 역시 IMF위기로 인해 동료들이 직장을 떠나고, 고통을 분담하던 시기다. “당시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원들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가장 어려운 때 조합원들을 위해 노력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김씨가 결정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모색한 것은 2000년 국민-주택은행 파업이후 두 번에 걸쳐 153일 동안 구속된 시기다.

◇ 두 번의 구속과 새 정치의 모색

“정부의 사람 자르기식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는 정책을 보면서 사회통합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고 말하는 그에게 이시기는 여러 가지 깨달음의 시기였던 셈이다.
이처럼 평범한 은행원에서 잘못된 기성정치를 바꾸겠다고 다짐한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바보 같을 정도로 순수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번 선거에도 당선이라는 목표만 보면 언뜻 결심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금융노조와 사회민주당의 조직적 요청을 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어려운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출마가 선뜻 내키지 않았다”는 김씨는 곧 “조직적인 요구도 있고 누군가는 나서야할 정치실험이라고 생각해 나를 헌신하기로 했다”면서 “함께 일해왔던 노동자들과 서민들의 뜻이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다”고 출마의 심경을 밝혔다.

현재 정치권을 비롯한 진보세력내에서는 김씨를 비롯해 개혁적, 진보적 후보가 세명이나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부리지로 특정후보가 당선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김씨를 비롯해 그를 돕는 운동원들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우리는 정의로운 분배와 공정한 경쟁 그리고 사회보장의 확립이라는 명확한 이념노선에 근거하고 있다”, “막연한 개혁을 외치지 않을 것이며, 당선목표가 막연한 꿈이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다.
화정역 근처에 있는 김씨의 선거캠프에는 금융노조와 한국노총 관계자 그리고 지역의 지인·지지자 등 150여명이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대비하고 있다.

과연 현직 은행원으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김씨와 그의 지지자들의 꿈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2003. 4. 9.
「 내 일 신 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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