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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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3/15 오마이뉴스 ]

'위장 도급'의 형태로 파견노동자를 공급받아 파견근로자보호법(아래 파견법)상의 직접 고용 의무를 회피해 온 업체들의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고등법원 제4특별부(재판장 이광렬)가 14일 "SK(주)가 지무영 씨를 비롯한 4명의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의 형태로 2년이 넘게 사용하다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은 것.

인력파견업체인 인사이트코리아 소속으로 1998년 7월부터 SK(주)에 '위장 도급'의 형태로 불법 파견돼 저유원과 사무원 등으로 2년이 넘게 일해 온 지 씨 등은 노동조합을 결성, SK(주)에 정규직으로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다 2000년 11월 해고됐다. SK(주)는 "불법 파견인 만큼 파견법 상의 직접 고용 의무가 없다"며 해고를 정당화했으나, 이듬해 3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불법파견의 경우라도 2년 이상 일했다면 파견법상 직접 고용의 대상이 된다"며 복직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는 "파견법 상 허용업무 이외에 종사해 온 지 씨 등 3명에게는 직접고용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SK(주)의 손을 들어줬고, 뒤이어 행정법원에서도 같은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이번 판결문을 통해 "파견법은 파견근로자의 예외적·일시적인 사용만을 가능토록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고용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2년 이상 계속 사용한 파견근로자는 정규직근로자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합법 파견이나 파견허용 업무에 한해서만 고용의무 조항을 적용한다면, 고용안정이라는 입법 목적에 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용사업주로 하여금 허가를 받지 않은 파견이나 파견법상 허용되지 않은 업무로의 파견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지씨 등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늘어가는 가계 빚과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년 넘게 힘겨운 복직 투쟁을 전개해 왔던 지 씨는 "그동안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복직의 길이 열려 기쁘다. 우리처럼 중간착취를 당하고 있는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이 힘을 얻고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된 점도 의미 깊다"며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지 씨는 "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는 파견법에 기대 이번 판결이 내려졌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집행위원장도 "원래는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마땅한 업무에 위장 도급의 형태로 간접고용이 광범위하게 성행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파견법에만 기대서는 직접고용 의무를 피하기 위해 2년이 되기 전에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해고하는 관행이나 파견법 자체가 불법 파견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을 전혀 손댈 수 없다"며 한계를 꼬집었다.

'합법'의 이름으로 중간착취를 허용하고, 부당한 해고나 차별 앞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전혀 보호할 수 없음이 이미 판명된 파견법의 철폐만이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한편,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SK(주)가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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