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등록한 ‘소사장’ 근로자일까 사장일까

근로관계 단절 경위, 운영의 독자성·노무지휘권 존부 등 따라 판단 

‘소사장’이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소사장제란 ‘근로자가 아닌 자(사장)’가 사업장내 생산라인 등 공정의 일부를 도급 또는 위탁을 받아 사장의 ‘업’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경우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모기업에서 퇴직한 후 신규로 입사 또는 도급계약을 체결해 자신이 맡았던 직무를 그대로 수행하면서 임금 또는 보수를 받는다. 소사장제 운영과 관련해 법적다툼이 많은 사례는 ‘근로자가 아닌 자’가 사업자등록을 하는 등 외형상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그 실질이 근로관계인 경우다.

1980년대 미국에서 사내기업가, 기업내 기업가 등의 명칭으로 시작된 소사장제도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에서도 확산됐다.

소사장제 철폐/p>

사건의 경위

A와 B는 각각 2002년과 2000년, D사에서 일반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C로부터 소사장 근무권유를 받았다. C로부터 필요한 자재와 도구를 제공받아 부품을 C에게 공급하는 임대도급계약을 체결했다. C가 공급한 자재와 도구는 모두 D사가 C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것이다. A와 B는 각각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했지만, C가 이들의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대신 납부해주기도 했다.

그러던 중 A와 B는 각각 2011년과 2014년 폐업했다. A와 B는 근무기간동안 작업지시를 받고 출퇴근 카드를 작성했으며 야근수당을 받기도 했고, 주말 출근을 강요받는 등 사실상 일반 근로자로 일할 때와 크게 다른게 없었다는 이유로 C를 상대로 퇴직금과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 등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C는 ‘소사장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과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지급을 거부하자 A와 B가 소를 제기했다.

소사장제

근로자성 판단기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는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 판단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해석이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3.6.27.선고 2011다44276 판결 등 참조).

소사장제 전환 이전에 단순한 근로자에 불과했다가 어떠한 계기로 하나의 경영주체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종전의 사용자(모기업)와 도급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종전과 동일 내지 유사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게 된 경우(이른바 소사장의 형태를 취한 경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스스로 종전의 근로관계를 단절하고 퇴직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의사에 반해 강제적·형식적으로 소사장의 형태를 취하게 됐는지 여부 ▲사업계획, 손익계산, 위험부담 등의 주체로서 사업운영에 독자성을 가지게 되었는지 여부 ▲작업수행과정이나 노무관리에 있어서 모기업의 개입 내지 간섭의 정도 ▲보수지급방식과 보수액이 종전과 어떻게 달라졌으며 같은 종류의 일을 하는 모기업 소속 근로자에 비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참작해 근로자성 인정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택배기사 소사장

사건의 결론

본 사건의 경우 소사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D사는 A·B에게 과거 재직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했다. 또 A와 B 각각 사업자로 등록, D사는 A·B에 대해 4대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 D사와 A·B 사이에는 근로관계든 도급 또는 위탁관계 등 어떤 법률관계를 맺고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사장으로서의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출퇴근 카드 작성, 외출 및 휴가 등 근태관리에 있어 통상 근로자와 동일하게 D사의 승인에 의해 이뤄졌으며, 납품단가를 기준으로 한 대금지급이 아닌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시급을 매월 일정한 날에 지급했고 야근수당 또한 지급한 점 등을 근거로 대법원은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결했다(대법 2016.05.26. 선고 2014도12141 판결).

이번 사건은 사업자등록증, 4대보험 미가입 등 사업주로서의 외형적 요건을 갖춘 경우에 근로자성 여부를 다툰 사례다. 이외 대법원은 소사장(E)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4대보험을 가입한 소사장 소속 근로자(F)에 대해서도 모기업(G)의 근로자로 판단한 경우도 있다. 근로자(F)가 형식적으론 소사장(E)과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F에 대한 노무지휘권을 모기업(G)이 행사했다는 근거 등을 이유로 사용종속관계는 E와 F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G와 F 사이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대법 2002.11.26. 선고 2002도649 판결).

제화공 소사장

최근 대법원이 신용카드 카드론 전화상담원에 대해서는 근로자성을 인정(대법 2016.10.27. 2016다29890)한 반면 야쿠르트 배달원에 대한 근로자성은 부정(대법 2016.8.24. 2015다253986)했다. 전화상담원이나 야쿠르트 배달원의 계약형태는 도급 또는 위탁으로 외관상으론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없었음에도 전자는 근로자, 후자는 사업자로 판단했다. 근로자성 인정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업자등록 유무 등 계약의 형식보다 그 실질에 있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속돼 구체적인 지휘 감독 하에 서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 것이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 및 원가절감, 성과분배 보장을 통한 근로의욕 고취 등 장점을 가진 소사장제는 노동강도의 강화, 고용불안 등의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더욱이 위의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동관계법령을 회피할 목적으로 시행되는 소사장제는 형식적 요건을 갖췄다 하더라도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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