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법, 사규, 단체협약이 서로 다를 때 우선순위는?

‘상위법 우선’ 원칙과 함께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건 우선’ 적용 

사업주와 근로자가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기간 내내 양 당사자를 규율하는 많은 규범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규범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직접 작성한 근로계약이다. 일반적으로 근로계약서다. 또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령 그리고 사규(취업규칙),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 역시 양 당사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각각의 규범은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당사자가 합의한 계약도 아니고, 각각 다른 이름으로 존재한다. 또 최초 근로계약을 제외한 여타 규범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개정되기 때문에 규범 상호간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

근로계약 또는 취업규칙이 근로기준법과 충돌할 수 있고, 단체협약의 규정과 취업규칙의 내용이 상반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와같이 규범 상호간 충돌했을 때, 어느 규범을 기준으로 분쟁을 처리해야 할지가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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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법 우선 원칙

두 개 이상의 규범이 충돌한 경우, 일반적인 법해석 및 적용은 ‘상위법 우선’ 원칙에 따른다. 헌법 > 관계법률 >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순으로 상위법을 우선 적용하는 방식이다.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

그러나 근로관계에서는 일반적인 법 적용 원칙과 달리, 상위법 우선의 원칙과 함께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도 적용된다.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이란 노동법의 여러 법원(法源) 가운데 근로자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정한 법원을 먼저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에는 헌법,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의 법률 및 시행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이 있는데, 이중 근로자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정한 규범을 우선해 적용한다는 의미다. 

노동시장에서 ‘사용자에 비해 상대적인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노동법의 취지에 따라 규범 상호간 충돌이 발생할 때에는 근로자에게 유리한 규범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을 직접 명시한 법률규정도 있다.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이 법(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위법하다는 것이다(강행적 효력).

이와같이 근기법을 위반한 근로계약 효력 전부를 무효로 하는 경우 민법에 따르면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의 상태, 즉 근로자는 실직상태에 놓이게 된다. 근로계약 전부 무효는 근로자 보호라는 근기법 취지에 반하기 때문에, 동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근기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다(대체적 효력).

근기법에 미달하는 근로조건 부분만 무효가 되고, 나머지 근기법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은 유효하다고 선언함으로써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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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정년(60세)과 회사 정년이 충돌한다면

‘강행적 효력 및 대체적 효력’은 근로기준법 이외 다른 노동관련법률에서도 인정된다. 2017년부터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법정정년(60세)을 예로 들어 보자.

회사의 취업규칙에 정년을 55세로 정한 경우 법 시행일 이후에는 취업규칙상의 정년 55세와 법정정년 60세가 충돌하게 된다. 이 경우 취업규칙보다 상위 법원인 연령차별금지법을 적용해 60세 정년을 보장해야 한다.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과 함께 근기법상 대체적 효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반대로 상위 법원인 연령차별금지법상 법정정년은 60세인데, 하위 법원인 취업규칙상 정년규정을 65세로 정한 경우 상위법 우선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업주는 취업규칙상의 정년을 보장해야 한다.

회사 사규와 근로계약서 내용이 충돌한다면

근기법 제15조 이외에도 같은 법 제97조는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상호간 유리한 원칙 적용을 명시하고 있다. 동법 제97조에 따르면, 근로계약시 약정한 사항이 취업규칙의 규정보다 미달할 때에는 그 미달하는 해당 조항은 무효(강행효)가 되며 취업규칙의 규정을 적용한다(대체효).

근로계약시 사용자와 근로자간 협상을 통해 계약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계약의 내용이 해당 사업장 취업규칙에 미달한다면(예컨대 취업규칙에 휴일수당 가산율을 200%로 정하고 있으나 근로계약시 150% 적용을 약정한 경우), 해당 조항은 강행효에 따라 무효가 되며, 대체효에 따라 취업규칙에 정한 내용을 적용해야 한다. 반대로 취업규칙상 규정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근로계약의 내용을 적용해야 한다(취업규칙에 휴일수당 가산율을 150%로 정하고 있으나 근로계약시 200% 적용을 약정한 경우).

회사 사규와 단체협약 충돌한다면

앞의 내용을 정리하면 근로기준법, 취업규칙, 근로계약 상호간에는 유리한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이 충돌하는 경우에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이 무조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 법원은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이 충돌한 경우 개별적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 적용 여부를 판단한다.

무단결근 월 7일 이상으로 면직처분 요건을 규정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이 있던 사업장에서 노사간 단체협약 개정을 통해 면직처분 요건을 5일 이상으로 변경했다. 취업규칙상 면직처분 요건(7일)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사용자는 월 5일 무단결근한 근로자를 면직처분한 사건에서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 적용 여부는 재판의 쟁점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단체협약의 개정 경위와 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단체협약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단체협약과 동일한 내용의 취업규칙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단체협약의 개정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개정된 단체협약에는 당연히 취업규칙상의 유리한 조건의 적용을 배제하고 개정된 단체협약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는 내용의 합의가 포함된 것이라고 봄이 당사자의 의사에 합치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개정된 후의 단체협약에 의하여 취업규칙상의 면직기준에 관한 규정의 적용은 배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02.12.27. 선고, 2002두9063). 이 사건은 노사 자치규범인 단체협약의 목적 및 취지 등에 비춰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을 부정한 것이다.

반면,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을 인정한 판례도 있다. 단체협약상 상여금을 700%로 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 750%로 인상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유리조건 우선 원칙을 적용했다(대법원 2014.12.24. 선고 2012다 107334).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소개한 면직처분 사건과 달리 하위 법원인 취업규칙을 상위 법원인 단체협약보다 우선 적용했다.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을 상위법 우선 원칙보다 먼저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법원이 상하위법이란 형식적 기준이 아닌 개별 노동사건에서 구체적인 사정 고려와 함께 노동관계법상 근로자 보호취지를 살펴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약하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은 근로관계에 있어 최저기준을 정한 것이기 때문에 근로계약 및 취업규칙, 단체협약이 최저기준에 미달할 때에는 해당 법령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사용자와 근로자 또는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내용이 법보다 상회할 때에는 당사자들이 체결한 규범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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