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계약 사이에 공백기간의 의미

산업현장에서는 사업장 필요에 따라 반복적으로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기간제 2년 초과 사용하면 그 시점부터 무기계약직 간주

다만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하거나, 휴직·파견 등으로 발생한 결원을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근로자가 학업과 직업훈련 이수에 따라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만 55세 이상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변호사 등 전문적 지식·기술이 필요한 경우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만약 이와같은 단서조항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면,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제법에 따라 2년을 초과하는 시점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한다.

기간제법이 만들어진 초기에 사용자들은 형식적으로 입·퇴사 절차를 밟으며,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해 2년을 넘겨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했다.

이른바 ‘쪼개기 근로계약’이다.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3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반복하면, 기간제근로자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사용자로부터 불합리한 대우를 받더라도, 자신의 권리주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고용불안이다.

입퇴사가 형식에 불과하다면, 전체 합산해 ‘2년 초과’ 판단

대법원은 퇴사와 신규입사 절차를 반복했더라도, 이같은 절차가 형식에 불과하다면 사용기간 전체를 합산해 ‘2년 초과’ 여부를 판단한다.

근로계약이 만료됨과 동시에 근로계약기간을 갱신하거나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한 경우에는 갱신 또는 반복한 계약기간을 모두 합산하여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해야 한다(대법원 1996.7.11. 선고, 93다26168)

그렇다면 계속근로로 인정되는 총 사용기간 사이에 근로계약 공백기간이 있는 경우는 어떨까. 방학 등 계절적 이유로 공백기간이 발생하는 학교 비정규직이나 대학강사, 건설부문 기간제 근로계약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갱신 또는 반복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에 일부 공백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 기간이 전체 근로계약기간에 비하여 길지 아니하고 계절적 요인이나 방학기간 등 해당 업무의 성격에 기인하거나, 대기기간·재충전을 위한 휴식기간 등의 사정이 있어 그 기간 중 근로를 제공하지 않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나아가 대법원은 지난해 판결(대법원 2018.6.19. 선고, 2017두54975)을 통해 반복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에 공백기간이 있는 경우, 이 기간을 총 사용기간에 합산해 계산해야 하는 몇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공백기간의 길이와 공백기간을 전후한 총 사용기간 중 공백기간이 차지하는 비중, 공백기간이 발생한 경위, 공백기간을 전후한 업무내용과 근로조건의 유사성, 사용자가 공백기간 동안 해당 기간제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한 방식과 기간제근로자에 대해 취한 조치, 공백기간에 대한 당사자의 의도나 인식, 다른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계약 반복·갱신 관행 등을 종합하여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린 다음,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기간을 합산하여 기간제법 제4조의 계속근로한 총 기간을 산정할 수 있는지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6.19. 선고, 2017두54975)

기간제 근로자 15%.png

3개월 공백, 3년여 계속 근로…부당해고 아냐

계속근로기간에 합산해 산정할지, 갱신기대권이 있는지가 쟁점 

대법원 제3부는 지난해 10월 3개월의 공백기간을 제외하고 3년7개월을 계속 근로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자가 계약해지한 사건에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공백기간이 대법원이 제시한 총 사용기간에 합산해서 산정할 만큼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대법원 2019.10.17. 신고, 2016두63705).

사실관계

원고는 직원 70여명을 고용해 포항제철소 기계설비의 도장업무를 담당하는 포스코 외주협력업체다(이하 B사). 피고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다.

B사 소속 기간제근로자인 피고보조참가인(이하 A씨)은 B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1년 2월14일부터 2011년 12월31일까지 도장공으로 근무했다(11개월). 이후 별도의 계약체결 없이 2012년 1월1일부터 2012년 2월29일까지 근무했으며(2개월),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2년 3월1일부터 2012년 12월31일까지 근무했다(10개월). B사는 도급물량 감소 등의 이유로 A씨를 포함해 2012년 12월31일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18명의 기간제근로자들에게 2012년 12월22일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A씨와 B사 사이 근로계약이 종료(2012년 12월31일)되고 3개월이 지난 시점, 2013년 4월1일 A씨는 B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4년 3월31일까지 근무했고(12개월),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해 2014년 4월1일부터 2014년 12월31일까지 근무했다(8개월).

B사는 2014년 12월31일 A씨와 약정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자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3개월의 공백기간이 있지만, 총 사용기간((11개월+2개월+10개월+12개월+8개월)이 2년을 초과하기에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부당해고로 판정했고, 이에 불복 B사가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B사와 A씨 간 기간제 근로계약기간 사이에 공백기간(3개월)이 존재하는데, 이 기간을 계속근로기간에 합산해 산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다른 하나는 근로계약에 명시한 계약기간 이후에도 근로계약갱신이 될 수 있으리라는 갱신기대권이 있는지가 쟁점이다.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반복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 사이에 공백이 있는 경우, 그 기간이 차지하는 비중과 발생경위, 공백기간에 대한 근로자의 인식, 다른 기간제 근로자들에 대한 관행을 종합해 공백기간 전후를 합산할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8.6.19. 선고, 2017두54975)를 들었다.

이를 근거로 ▲B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2012년 12월31일 계약기간 만료일 이전에 참가인을 비롯한 기간제근로자 18명과 근로계약갱신을 하지 않기로 결정 후 통보하고, 노사협의회 대표인 A씨 형의 부탁 때문에 2013년 4월1일에 A씨를 새롭게 고용한 점 ▲A씨가 2013년 1월1일 퇴사시점에서 퇴직금을 지급받은 점과 공백기간 중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하지 않은 점 ▲A씨가 원고에게 들었다고 주장하는 “내년에 일이 많아지면 또 부르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A씨의 근로계약이 완전히 종료됨을 전제로 경영사정 개선시 재고용하겠다는 의미일 뿐 계속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 ▲B사가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공백기간을 뒀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부정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존부와 관련 재판부는 ▲A씨와 B사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예정한 절차나 요건에 관한 규정이 없는 점 ▲근로계약 만료 직후인 1, 2월은 B사의 도급물량이 적은 기간이어서 A씨로서는 자신의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점 ▲A씨 이외에 기간제근로자로서 근로계약의 갱신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다수 존재하는 점을 들어 A씨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부정했다.

판결의 의의

대법원 제3부의 이번 판결 이후 대법원 제1부 또한 유사한 판결을 내렸다. 5개월의 공백기간을 뒀지만, 합산해 2년을 초과해 사용한 기간제근로자를 부산시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약해지한 사건에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반복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 사이에 공백기간이 경우, 그 기간이 차지하는 비중과 발생 경위, 공백기간에 대한 노사 간의 인식 및 다른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고용관행을 종합해 공백전후 기간에 공백기간을 합산할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기존 대법원의 법리를 재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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