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2

화병 환자 급증... 이 공무원들은 무슨 일 하기에

직장인에게 연차유급휴가(연차휴가)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제도입니다.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자에게 연차휴가를 줘야 합니다. 입사일로부터 1년이 되기 전까지는 매월 개근하면 1일씩 최대 11일의 연차휴가가 생깁니다. 1년이 되는 시점에서는 15일의 연차휴가를 줘야 합니다.

그리고 근속 2년마다 1일씩 연차휴가일수가 가산됩니다. 1~2년 차 15일로 시작해 3~4년 차에 16일, 5~6년 차는 17일이 되는 식입니다. 장기근속하면 최대 25일의 연차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사실 법정 휴가로 약 30일 가까이 보장되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의 휴가일수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장시간 노동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우리 현실에서 연차휴가는 인간적 삶을 유지하고 다시금 스스로의 활력을 찾는 데 필수적인 제도입니다.

▲ 2023년 8월 4일 여름휴가 사흘째인 윤석열 대통령이 경남 거제의 고현종합시장에서 전어를 시식하고 있다. ⓒ 대통령실

연차휴가 사용 시기는 회사가 정한다?

그런데 노동 현장에서 이처럼 소중한 연차휴가의 사용권이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연차휴가 관련 상담사례를 보면 노동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내가 원하는 시기에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은 '연차휴가의 자유로운 사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시기변경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노동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함으로써 인력이 감소되어 남은 노동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는 시기변경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상담사례 중 경기도의 어느 중소기업에서는 회사 내부규정으로 주말과 연결해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연차휴가를 신청하거나 연속으로 2일 이상 연결하여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인력이 풍부하지 않은 중소 영세기업의 경우 해당 부서 노동자가 연차휴가로 자리를 비우면 동료들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금요일과 월요일에 연차휴가를 쓰는 노동자들이 밉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사업주의 고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이는 명백히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입니다. 금요일과 월요일에 해당 부서 노동자들이 모두 연차휴가를 신청해 근무자가 없는 것이 아닌 이상, 적절하게 인력 운용의 대안을 마련해야 할 몫은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원하지 않는 날에 연차휴가를 강제로 사용케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서울의 어느 부동산 임대 회사에서는 부서 워크숍이 예정되어 있는데 참가 못하는 직원에 대해 연차휴가를 강제로 사용하게 했습니다. 경기도 부천시의 어느 제조업체는 생산 물량이 줄자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한 달에 2~3일을 휴업하게 하고 이를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처리했습니다.

이는 모두 사업주 귀책에 따라 일을 못 하게 된 경우로 강제 휴업에 해당합니다. '근로기준법' 제46조는 이 경우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강제 휴업에 따른 휴업 보상을 하지 않고 노동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연차휴가 사용으로 대체하는 것은 연차휴가의 자유로운 사용을 정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입니다.

근로기준법 제110조는 이처럼 연차휴가의 자유로운 사용권을 침해해 강제로 연차휴가를 소진시키거나 시기변경권을 남용한 사업주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노동자가 연차휴가 사용권을 박탈당한 경우 우선은 관련 법 조항을 들어 시정을 요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사업주가 노동자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사업장을 관할하는 고용노동지청에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 혐의로 진정을 제기하거나 익명으로 근로감독 청원을 제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회사는 연차수당이 없다?

▲ 적법한 연차휴가 사용촉진이 없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는데도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임금체불이 됩니다. ⓒ 픽사베이

사업장이 바빠서 불가피하게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에 대해서는 수당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연차휴가는 발생 후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1년간 불가피한 사정으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 연차휴가 발생일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서 사용자에게 연차수당을 청구하면 됩니다.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연차휴가 사용촉진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노동자의 연차휴가 미사용에도 수당 지급 의무를 피할 수 있습니다. 연차휴가 사용 촉진은 서면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노동 현장에서는 단순히 구두 상으로 노동자에게 연차휴가 몇 일이 남았다고 알려주고 사용하라고 독려하는 데 그칩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적법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적법한 연차사용촉진을 하려면 먼저 연차휴가 발생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을 기준으로 6개월 전에 서면으로 미사용 연차휴가 일수를 알려줘야 합니다. 그래도 노동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2개월 전에 미사용 연차휴가 일수를 사용할 시점을 정해 서면으로 통보해야 적법한 촉진이 됩니다.

연차휴가 미사용 시 별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회사 규정이 있다며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미지급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입사 당시 노동자에게 아직 발생하지 않은 연차휴가미사용 수당을 미리 포기하게 하는 규정으로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적법한 연차휴가 사용촉진이 없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는데도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임금체불이 됩니다. 퇴사 시점에서 사업주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여 대응할 수 있습니다.

연차 사용 독려해야 할 노동부의 배신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연차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중요합니다.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법에 보장된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것 중 하나가 상사 눈치 보기입니다.

지난해 3월 노동단체 '직장갑질 119'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연차휴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하위직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는 20대, 비정규직, 일반사원들의 연차휴가 미사용률은 약 60%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휴가 사용 시 동료의 업무 부담(28.2%) 가중에 이어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직장 내 분위기 등 조직문화'(16.2%)를 꼽았습니다.

이런 일터 분위기를 개선해야 할 역할이 고용노동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도 18개 정부 부처 법정 연차휴가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연차휴가 미사용률이 약 47%로 1위였습니다. 18개 부처 평균 미사용률이 약 31%인 것에 비하면 압도적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9급 이상 공무원에 부여된 고용노동부의 평균 연차휴가 사용일수는 18.4일입니다. 그러나 실제 사용한 휴가는 9.8일이라고 합니다. 전체 18개 부처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였고 나머지 부처는 모두 12일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고용노동부 직원 중 화병 환자가 급증했답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2023년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직원의 최근 5년간 화병 환자가 4배(2017년 43명 → 2022년 163명), 우울증 환자는 2배(2017년 281명 → 2022년 587명), 공황장애 환자는 1.8배(2017년 224명 → 2022년 399명)로 늘었다고 합니다.

앞서 고용노동부 직원들의 연차휴가 미사용률과 화병 환자 급증은 직접적 연관이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미있는 사실은 직급별 연차휴가 사용 실태에서 4급 이상 공무원의 연차휴가 미사용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부처 전체의 연차휴가 미사용 비율도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상급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니 하급자도 연차사용이 머뭇거려지는 분위기로 보입니다. 일과 휴식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노동 행정을 펼쳐야 하는 고용노동부도 이 정도인데 일반 회사는 어떨까요.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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