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제 노동자를 쓸 수 있는 분야를 청소원·경비원 등 26개 직종에서 사실상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는 대신 이들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파견업체에만 업종 제한을 푸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임금과 근로조건 등에서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법규에 명시된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규직마저 파견직 신분으로 전환시키는 ‘개악’ 방안이라며 반발해 논란이 예상된다.

노동부는 24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비정규직 개선안을 만들어 현재 정부 부처 조율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개선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손질하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부처 조율을 거치는 대로 정부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여러 조건을 고려해 총선 뒤에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선안을 보면, 현재 건물청소원·전화교환원·경비원 등 26개 직종으로 제한해온 파견직을 특정 업종에만 금지하는 방식(네거티브 리스트)으로 바꿔, 사실상 모든 업종에 파견 노동을 허용하도록 했다. 대신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파견업체에만 업종 제한을 풀어 파견직 남용을 막도록 했다. 이 경우 파견업체는 사용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직원에게 휴업수당 또는 임금을 줘야 한다.

비정규직이 임금과 노동조건 등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도 법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사업주가 임금 등에서 차별했을 경우 따로 처벌규정은 두지 않는 대신 노동위원회에 ‘차별구제위원회’를 설치해 조정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근무기간이 2년이 넘어선 파견직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재계약을 요구할 경우 사용자는 재계약을 거부하지 못하게 했다. 단, 고령자에 대해서는 취업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파견기간을 제한하지 않도록 했다. 아르바이트 등 단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도 사용자가 초과 노동을 강요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주기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개선안이 비정규직의 차별과 남용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노동계의 주장과 사용자 쪽의 요구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 개선안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진우 민주노총 비정규사업실장은 “정부 개선안은 사용자 쪽의 일방적 주장만을 담은 것으로 기존 정규직도 파견직 신분으로 전환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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