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대패했다.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2030 청년층이 압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결과다. 내가 집권 여당의 패배를 예감한 것은 올해 초였다. 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상담 사례를 발표해 달라는 의뢰를 받아 자료를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상담통계 자료를 분석하며 살펴본 중소영세 사업장 청년노동자들의 삶이 너무도 처참했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당시 서울에 사는 청년 2천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와 청년 생활변화 실태조사’ 결과는 청년들의 위기 상황을 경고했다. 6개월 이내에 취업경험이 있는 청년 1천647명중 약 30%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실업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인한 청년노동자들의 실직 위기는 전체 연령층의 실직경험과 비교하더라도 배로 심각했다. 지난해 1월에서 6월까지 19~55세 직장인 1천명에게 ‘실직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던 직장갑질119의 조사에서는 약 1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2030청년들을 덮친 경제위기의 고통은 평등하지도 않았다. 학력과 고용형태, 직장 유형 등 개인적 특성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고통은 차별적이었다. 대졸이나 정규직에 비해 고졸이나 전문대 재학·중퇴 경력의 노동자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청년노동자보다 비정규직·프리랜서 청년들의 실업경험이 배 이상 높았다. 응답한 청년노동자 절반 이상이 일자리에서 무급휴직, 노동시간 축소, 임금삭감 등의 부정적 경험을 했다. 90% 이상은 일자리 구직과 관련하여 향후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자리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처 능력에 청년들의 불신은 높아져 가고 있었다. 청년들은 감염병 대처에 대해는 응답자의 42%가 긍정(부정 24%)했으나, 일자리 대책에 대해서는 16%만 긍정적으로 평가(부정 47%)했다. 검찰 개혁과 집값 폭등, 후보자의 거짓말 등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슈는 다양했지만 재보궐 선거에서 쟁점은 하나였다. 코로나19 경제 위기 속 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답을 내놓을 정치세력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문제였던 것이다.

결국 집권 여당은 선택받지 못했다. 그 밑바탕에는 일자리 노동정책에 대한 집권 여당의 무기력한 대응과 그에 대한 청년들의 좌절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공정하지 못한 집권 여당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태도는 더욱 청년들을 분노케 했다. 무능한데다가 뻔뻔하기까지 한 정부·여당에 표를 주고 싶은 청년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2030청년층의 지지를 받은 야당이 청년층의 노동문제를 올바로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대안이 되기도 어렵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집권 여당의 무능과 오만에 대한 심판을 첫째 이유로 꼽았다. 야당이 잘해서라는 답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청년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은 향후 청년들의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청년노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 취약계층인 청년들에 대한 긴급한 경제지원과 노동권익 보호가 시급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임 시장이 추진한 청년수당에 대해 메스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더욱 확대 해야 한다. 서울시 곳곳에 위치해 청년노동자를 포함한 취약계층의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직장갑질로부터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상담하고 법률을 지원하는 노동권익센터 활동 역시 더욱 지지하고 독려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정비해 코로나19로 좁아진 취업 문턱에서 경제활동까지 대기 기간이 길어진 이들의 생계를 지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실업급여 인정요건도 완화해야 한다. 임금체불과 최저임금 위반은 행위 발생 즉시, 직장내 성희롱과 괴롭힘은 동료 근로자의 진술이나 사건 접수 내용만으로 우선 실업급여를 지급해 갈등이 벌어지는 사업장에서 청년노동자가 벗어나 안정적으로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정부 재정을 투입해 중소업체를 지원하거나 청년들에게 공공일자리 지원 기회를 확대하는 형태다. 그러나 이렇게 채용된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의 청년들이 최저임금을 받아 가며 일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지역의 복지 체계가 무너진 상황이다. 지역 곳곳의 사회복지시설에서 안정적인 임금을 지급하며 청년들을 채용하고 사회복지공무원도 확대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정부는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 숫자를 늘리는 식의 일자리 대책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부장 (leeseyha@naver.com)

이동철 leeseyha@naver.com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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