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노동조합의 정치자금은 동일한가


정치혁명을 이루겠다고 국민들 앞에 다짐하며 시작한 작금의 국회의 정치관련법 개정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분통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기존의 정치권이 노동계 등 새로운 세력의 정치권 진출을 공동으로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기 때문이다.

정당명부 비례대표 축소 문제도 그러하지만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 개악문제 등은 기존 정당들이 말로만 노동계 및 여성계 등 새로운 세력의 원내 진입을 주장할 뿐, 실제로는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여론의 지배적 평가이다.


특히 몇백억원을 기업들로부터 차떼기로 헌납받아 금권정치를 임삼은 정치권이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정말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금지는 이미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판결을 받은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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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정치자금 기부를 제한한 구 정치자금법 관련규정에 대해 '헌법이 정한 표현, 결사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위헌 판결을 내린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노동단체의 기부 제한은 사회세력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야 할 정치의사 형성과정과 정당한 이익 조정과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기본권 침해"라고 결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치권은 이번 정치관계법 개정과정에서 기업과 노동조합 등 모든 정치자금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개인만 기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요지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하고 있다.

기업과 보수정당이 주고받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노동자들이 십시일반으로 2천~3천원씩 모아서 기부하는 노동조합의 정치자금까지 기업의 불법 정치자금과 동일시하는 것은 결국 노동자의 정치활동에 대한 탄압이라는 여론의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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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국의 모든 노동조합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의 월급에서 민주적 방법과 절차를 통해 3천원씩 정치자금을 모급하여 녹색사민당과 민주노동당에 속속 기부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러한 물결은 노동조합의 정치세력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중단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만약 정치자금법이 개악된다면 수십만명의 노동조합원들이 범법자가 되는 초유의 사태가 전개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노동조합이 기업처럼 무기명채권으로 돈세탁을 해서 '차떼기'수법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불법행위를 눈감아 달라고 국회의원을 정치자금으로 매수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조합이 정치자금을 모아 기존 정치인들을 지원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업들로부터 차떼기로 박아 먹는 금권정치, 망국적 지역주의 정치, 놀고 먹는 직업정치꾼에 의한 낡고 비생산적인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자주적으로 참여하는 정당을 만들어 십시일반 스스로 돈을 모아 그 기틀을 다지자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의 정치자금과 노동조합의 정치자금은 구태정치, 금권정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개혁적이고 참여적인 정치를 위한 것인지의 차이다. 이러한 까닭에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조성 및 기부를 금지하는 정치자금법의 개악은 기존 정치권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구태에 다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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