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가슴친 12만원…어린 남매 화재 참사
밀린 임금 12만원을 받기 위해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남매가 불에 타 숨졌다.

9일 오후 4시20분쯤 서울 성동구 도선동 다세대주택 3층 김모씨(30) 집에서 불이 나 김씨의 딸(7)과 아들(5)이 질식해 숨졌다. 화재 당시 김씨와 아내 신모씨(29)는 김씨가 지난해 배달원으로 일하면서 못받은 임금 12만원을 받기 위해 서울 신설동 중국집을 방문하고 있었다.

불은 김씨의 집을 모두 태운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20분 만에 진화됐다. 성동소방서 관계자는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중이나 일단 가스버너가 있던 주방쪽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씨 부부는 외출하면서 문을 열어 놓았으나 부엌쪽에서 불이 나면서 놀란 남매가 창문쪽으로 도망, 방범창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질식사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1997년 결혼, 월세 20만원에 이곳 4평자리 단칸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김씨와 신씨는 각각 중국집 배달원과 봉제공장 노동자로 일했으나 경기불황으로 해고되기 일쑤였다. 일용직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평소 김씨가 잔병치레를 많이 해 부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현재 생활보호대상자인 이들은 도시가스료를 내지 못해 3개월째 가스가 끊긴 상태였다.

이날 김씨 부부는 반년 이상 동안 받지 못하고 있는 임금 12만원을 받기 위해 오후 3시쯤 함께 집을 나섰다. 두 아이만 두기에 불안했지만, 김씨 혼자 여러차례 찾아가도 밀린 돈을 못받아 이번에는 부부가 통사정을 해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약값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부는 이날도 밀린 돈을 받지 못했으며, 귀가했을 때는 아이들이 있는 집이 화마에 휩싸이는 끔찍한 상황을 목격하게 됐다. (경향신문 / 김준일기자 / 2004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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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임금 12만원이 빚어낸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린 남매는 방범창을 붙잡고 화마와 싸우면서 밀린 월급을 받으러 나가버린 엄마,아빠을 얼마나 불러댔을까? 고작 12만원때문에 자기들의 피끓는 절규를 듣지도 못하는 엄마,아빠가 얼마나 미웠을까?

사장님은 정말 12만원이 없었을까? 밀린 월급 12만원을 주기 위해서는 3000원짜리 짜장면 40그릇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돈이 아까운 것이었을까? 노동자와 그 가정이야 어떻게 되든 월급 12만원을 지급하지 않아도 특별히 처벌받지 않는 우리사회의 관대한 법집행이 사장님이 6개월을 버틸수 있는 튼튼한 버팀목이었을까? 그리고 그속에서 사장님은 근로자가 퇴직하면 14일내에 모든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36조를 얼마나 비웃었을까?

밀린 월급 12만원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사회는 '2만달러시대'를 노래할 자격이 있는 사회일까? 시간이 지난후 우리는 '그때 그저 그런 화재사건으로 어린 남매가 죽었었지..'하며 희미한 기억속으로 돌리고, 또다시 '체불임금 12만원의 시대'를 쳇바퀴돌듯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일은 무엇일까?

2004.3.10

노동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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