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총액에 포함된 퇴직금

요샌 연봉제와 관련된 상담이 최근 부쩍 늘었다. 조직의 효율성을 높인다며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무분별하게 도입한 연봉제도는 결국 조직내 결속력 약화, 노동자의 사기저하 등으로 인해 그 한계가 노정되고,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시 종전의 임금체계로 전환하는 일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 영세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근거 없는 ‘연봉제 신화’에 사로잡혀 노동자의 임금삭감 용도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의 다수의 법원 판례는 연봉 속에 포함된 퇴직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그 유효성 여부를 핵심에서부터 되짚어 지적하고 있지만, 일선 노동관서에서는 노동부 자체의 행정지침조차도 근로감독관의 개인적 성향 등에 의해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현실이니, 법원의 판례마저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부의 노동행정에 대해 ‘노동부는 사용부’라는 노동자들의 원망의 화살은 어찌 보면 노동부의 자업자득이라 하겠다.

퇴직금은 후불임금

법원판례 “퇴직금은 후불성 임금”

우선, 연봉 속에 포함된 퇴직금에 대한 법원의 판례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한결같이 ‘퇴직금은 후불성의 임금’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공통적으로 견지하고 있다. 퇴직금이란 사용자가 계속적인 근로관계의 종료를 사유로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지급되는 금원으로 사용자의 퇴직금 지급의무는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한 발생할 여지가 없고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때에 비로소 그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한다는 것이다(2005.3.11 대법원 2005도467, 2002.7.12 대법 2002도2211, 2001.12.4 서울고법 2001나46107, 2001.7.12 부산고법 2000나16500, 1998.3.24 대법 96다24699 외 다수판결).

이는 어찌 보면 단순한 진리에 대한 확인이다. 따라서 ‘연봉 속에 퇴직금액이 포함된 것으로 한다’던가 ‘연봉총액을 12분할하여 매월마다 지급하되 월급여액에 퇴직금이 포함된 것으로 한다’는 형태의 계약이 노동자의 동의나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다만, 쟁점이 될 수 있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34조 제3항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이라는 마술(?)에 의해 퇴직금이 교묘하게 연봉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중간정산이라는 방법을 통해 퇴직금을 연봉총액에 포함시켰다고 할 때, 과연 연봉총액 속에 포함된 퇴직금이 ‘기왕의 근로에 대한 중간정산인지, 아니면 장래의 근로에 대한 중간정산인지’의 문제이다.

퇴직금 계산방식

이에 대해 수많은 관련 노동부 행정해석의 기초의 기초가 되는 노동부 행정해석(임금 68207-287, 1997.5.21.)에서는 “연봉액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계약기간이 1년이 경과된 시점에서 정산지급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퇴직금이 근로기준법 제34조 제3항에 규정한 적법한 중간정산으로 볼 수 있기 위해서는, 1)연봉액에 포함된 퇴직금의 액수가 명확히 정해져 있어야 하고, 2)퇴직금을 중간정산 받고자 하는 근로자의 별도의 요구(서면)가 있어야 하며, 3)근로계약에 의해 매월 또는 계약기간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근로자가 미리 지급받은 퇴직금의 총액이 계약기간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산정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한 퇴직금의 액수에 미달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 이러한 입장은 위 소개한 각종의 법원판례에서도 같이 확인하고 있는 사항이다.

즉, 법원의 판례들과 노동부 행정해석의 요지는 근로기준법 제34조 제3항에 의한 퇴직금 중간정산은 ‘계속근로한 기간(=기왕의 근로제공기간)’에 대해서만 가능할 뿐, 장래의 근로제공을 전제로 퇴직금을 중간정산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퇴직금 원칙 노동행정에선 갈팡질팡

그런데, 이러한 원칙이 일선 노동행정기관에서 지켜지는가 하는 문제는 전혀 딴판이다. 근로감독관의 개인적 성향이나 기호 등에 따라 ‘장래의 근로를 전제로 1년 후 미래에 지급될 퇴직금에 대해서도 사전에 중간정산 하여 당해연도의 연봉총액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목격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 판례와 행정해석에서는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연봉계약과 별도로 서면상의 명시적인 퇴직금중간정산 절차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일선에서는 근로(연봉)계약서에 포괄적으로 포함된 ‘퇴직금 중간정산‘이라는 형식적 문구만으로도 중간정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판단하는가 하면, 때로는 매월 지급되는 급여내역서에 퇴직금항목과 금액이 기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이라고 억지 판단하는 경우까지 비일비재하다.

신뢰는 원칙이 일관되게 지켜질 때 싹튼다. 일선 근로감독관의 개인적 성향과 자의적 판단에 따라 노동자의 권리가 좌지우지된다면, 신뢰받는 노동행정이란 요원하다. 노동부는 말로만 '법과 정의(正義)'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사법의 정의(定義)와 행정의 정의(定義)가 노동현장에서 일치하는 내부 작업부터 우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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