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14 10:19

안녕하세요. 손경진 님, 한국노총입니다.

1. 사용자가 임금수준을 일방적으로 낮춰 근로자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것은 '해고하면 골치아프니, 싫으면 스스로 나가라'는 내심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속보이는 짓입니다. 그것도 비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사직강요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근로자 스스로도 충분히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이러한 경우 차후 있을 지도 모를 법적 다툼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먼저 손을 드는 일은 삼가해야 할 것입니다. 즉, 회사측의 처사가 부당하고, 개별근로자로써 감내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먼저 사직서를 제출하지는 말고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인사처분이나 실제 연봉삭감의 처우를 받게 되었을 때 그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여 대응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2. 그렇다면 회사측의 일방적 연봉삭감이 정당하냐가 문제되는데..

연봉제의 대상이 된 근로자의 연봉액이 전년도 총액임금보다 삭감되어 지급되었다고 해도 당해 근로자의 성과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평가기준에 의하여 어느 정도 공정하게 평가되었다면, 이는 근로제공에 따른 정당한 댓가의 지급으로 보아야 하므로 근로기준법 제30조 위반으로 볼 수 없으며, 또한 그 삭감의 범위는 같은법 제98조의 감급의 제재에 의한 제재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입니다.

관련 노동법 조항에 대한 검색은 노동법령 검색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연봉제에 있어 연봉액은 개개 근로자의 성과나 업적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연봉액의 동결이나 인하가 행해질 경우가 있고, 극단적으로 연봉액의 인하에 따라 노사간의 마찰의 사례도 있을 수 있습니다. 연봉제가 외향적인 미사여구와는 모순되게 일부에서는 고령자나 관리직의 임금을 인하하는 비용절감의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사원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여 기회만 있으면 근로자를 퇴직으로 몰아내는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러나 연봉제라고 해서, 사용자가 당연히 일방적으로 임금액을 결정을 무조건적으로 그것을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종래의 임금제도와 달리, 연봉제에 있어서 임금액의 인하도 법적으로 허용되는 근거를 연봉액이 근로자의 성과나 업적에 기초해서 결정된 것외에 이를 위한 평가방법과 절차, 평가의 결과가 연봉액에 반영되기 위한 기준 등이 미리 노사간에 합의되는 것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연봉액의 최종적인 결정권한이 사용자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하여도 사용자가 그와 같은 결정을 행할 수 있는 것은 이를 위한 평가방법이나 연봉액 결정기준이 미리 명확하게 되어 있고, 동시에 그것이 적절 타당하게 적용된 경우에 행해지는 것이고, 반대로 그와 같은 조건이 확보되지 않는 한 사용자로서 적오도 연봉액을 인하하는 결정권한은 인정되지 않고, 연봉액 인하의 효과는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더욱이 연봉액 결정을 위한 방법이나 기준이 명확하여도, 그것이 지나치게 극단적인 연봉액의 인하를 가능하게 할 경우에는 연봉액결정기준의 타당성 그 자체가 의문시 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예컨대 성과급의 경우에도 근로자의 생활기반으로서의 임금에 관하여 일정액의 지급보장을 의무지우고 있는(근로기준법 제46조) 취지로부터도, 연봉액의 인하에 고나해서는 사전에 합리적인 최저보장 내지는 인하폭이 설정되어야 합니다. 특히 연속하여 연봉액을 대폭적으로 인하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연봉제 적용의 타당성을 의문시하게 됩니다.

연봉제는 본래 근로자의 개인적인 성과, 업적의 평가에 기초한 임금결정제도로서 그 적용을 위해서는 근로자 자신이 자주적, 재량적인 직무수행의 능력이 있고, 그 성과에 기초하여 임금액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전제로 합니다. 연봉제하에서 연속하여 낮은 평가가 행해지고, 연봉액이 인하된다는 것은 근로자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의 문제 이전에 그와 같은 근로자를 연봉제의 적용대상으로 한 판단자체에 잘못이 있었다고 하는 것이고, 연봉액이 인하되는 경우에도 그 액이 종래형의 임금제도에 있어서의 당해 근로자와 동등한 경력이나 자격, 능력 등을 전제로 하여 지급된 임금액 수준으로 낮추어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3. 귀하의 현재 상황은 연봉제가 악용되는 대표적 케이스라 할 수 있는데.. 사실관계에 따라 정당성 여부를 검토해보면 첫째, 귀하는 회사와 정규직(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 둘째, 연봉제 계약은 근로계약의 한가지 내용 중 임금에 관한 사항일뿐, 귀하와 회사가 정규직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연봉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곧 근로계약이 해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셋째, 연봉제 하에서 임금삭감은 사용자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결과에 실시할 수는 있으나 사용자가 그에 대한 증빙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근로기준법 제30조, 제98조, 제46조 등의 위법의 소지를 갖게 된다는 점 넷째, 연봉계약기간이 만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연봉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별도의 삭감된 금액으로 연봉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이상, 연봉금액을 0 이라고 한다는 것은 최저임금법에 위반됨은 물론,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사용자의 권한 남용이라 할 것입니다.

4. 결국, 회사의 비공식적인 사직강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는 귀하의 선택입니다. 회사측에 건의서나 탄원서를 제출하는 방법을 시작으로 회사의 부당성에 대해 주장하며, 사직할 수 없다는 입장에 설 것인지, 사직을 결심하고 회사와의 관계를 깨끗하게 정리할 것인지 양자간의 선택이죠. 다만, 한가지 명심하셔야 할 것은 귀하가 후자의 방법을 선택하면 귀하의 자리에 똑같은 근로자가 제2, 제3의 피해자로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고, 이러한 연봉제 부작용의 문제를 물위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결국 현실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5. 따라서 회사가 연봉삭감을 연봉제의 근본취지에서 벗어나 사직강요수단으로 사용한다고 생각된다면 적극적인 자세로 회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계속근로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하는 것이 앞으로 사업장내 부당한 연봉제를 근절시키고, 이번 기회를 통해 귀하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라리 해고를 시켜라. 내 발로는 못나간다.'는 강단진 마음을 먹고, 회사측에 건의서를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건의서의 내용은 '연봉재계약을 서둘러달라'는 요지가 될 것이고, 회사측의 반응을 보고, '본인과 회사가 정규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이상, 연봉재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이유를 제시해하라'는 요지로 또한번의 건의서를 보내는 것입니다. 어쨌든 지금부터는 회사측에 보내는 모든 의사표시를 서면으로 하여 그 사본을 증거자료로 남겨놓아야 합니다. 다만, 회사와 불필요한 감정상의 다툼은 피하는 것이 좋으니 가능하면 '항의성' 어구가 아닌, 순수한 건의의 형식으로 '선처' 내지는 '보다 성실히 근로할 것을 약속한다.'는 등의 어구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후의 회사측의 반응에 대하여 재차 질문주시기 바랍니다.

<주40시간근로 쟁취!>를 위한 저희 한국노총의 투쟁에 지지를 부탁드리며, 즐거운 하루되시길....

손경진 wrote:
> 안녕하세요?
> 저는 3월 19일로 1년이 되는 연봉제 정규직입니다. 그런데 2월 26일 비공식라인이다하며 조용히 그만두면 안되겠느냐하여 답변을 미루어오고 있었는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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