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시받아 ‘직원’이 부당노동행위, 지시한 회사까지 무조건 동반 처벌하는 것은 위헌

사용자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81조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제81조 제4호 본문 전단)’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한 유형으로 명시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를 위반해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용자는 동법 제90조에 따라 2년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뿐만 아니라 제94조는 양벌규정을 통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가중처벌’함으로써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한다.

부당노동행위 양벌규정 회사 책임

부당노동행위는 행위자 이외 법인·단체 또는 사용자 개인도 처벌

양벌규정에 따르면, 법인·단체 대표자·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단체 등의 업무와 관련해 제88조에서부터 제93조까지 열거된 위반행위를 하면, 행위자 처벌과 함께 그 법인·단체 또는 사용자 개인에게도 벌금형이 부과된다.

양벌규정에 따라 현대자동차 법인은 2017년 5월 검찰에 의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됐다. 현대자동차 임직원이 하청사인 유성기업 임직원과 공모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 본문 전단)를 했다는 게 기소이유다(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7고단1027).

현대자동차 법인 기소에 앞서, 2017년 2월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은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이 인정돼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파괴 사건은 박근혜 정부 당시 2013년,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이 현대자동차의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노동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소시효 만료 불과 사흘 전, 검찰은 현대자동차 법인과 임직원 4명을 기소했다. ‘늑장기소’라는 노동계의 비판이 있었지만, 유성기업 임직원과 원청사인 현대자동차 임직원이 공모한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다.

현대자동차, 재판 도중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신청

현대자동차 법인과 임직원이 함께 기소돼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다투는 재판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양벌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중요한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11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 본문 전단’을 위반한 경우, 행위자 이외 그 법인·단체 또는 사용자 개인에 대해서도 처벌하도록 한 제94조 양벌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했다(헌법재판소 2019.4.11. 선고, 2017헌가30).

헌법재판소가 심리한 이번 위헌법률심판 사건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자동차 법인(제청신청인)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관할법원인 천안지원(제청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이다.

법인이 고용한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법인의 업무에 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 본문 전단’을 위반한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에 따라 영업주인 법인의 잘못 여부와는 관계없이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만으로 법인을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범죄에 대한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는 게 제청신청인과 제청법원의 주장이다.

따라서 현대자동차가 재판 도중 신청한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대상 조항은 제청신청인 임직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 본문 전단’을 위반한 경우 제청신청인을 처벌하도록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 양벌규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이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해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해 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심판대상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형사법 기본원리인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를 기본법리로 제시하면서, 법인의 경우에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책임주의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당노동행위 양벌규정 위헌

헌법재판소, 양벌규정은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위헌 결정

과거 사건에서도 헌법재판소는 동일한 법리를 제시하면서 양벌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치과기공소 종업원의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6조에 따라 사용자에게 양벌규정 적용 여부가 문제된 사건(2005헌가10)에서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형사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주의에 반하므로, 결국 법치국가의 원리와 헌법 제10조의 취지에 위반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양벌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덤프트럭 적재량의 측량요구에 응하지 않아 벌금을 받은 종업원을 고용한 덤프트럭의 소유자에게 구 도로법 제86조 양벌규정 적용 여부가 문제된 사건(2014헌가24)에서도 헌법재판소는 같은 결정을 내렸다. 당시 “심판대상 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개인 영업주의 가담 여부나 이를 감독할 주의의무의 위반 여부를 영업주에 대한 처벌 요건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달리 개인 영업주가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며 위헌결정 사유를 제시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부당노동행위는 회사와 대표자의 지시를 받은 노무담당자나 대리인에 의해 이뤄진다. 부당노동행위를 행하는 개인의 일탈행위라기보다는 법인의 이익을 위해 이뤄지고, 관리자의 묵인·방조 하에 벌어진다.

달리 말하면 해당종업원을 채용하고, 그 종업원을 관리자로 선임한 사업주의 과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종업원이 그 법인·단체 등의 업무에 관해 부당노동행위를 했을 때,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외에 그 법인·단체 등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의 존재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벌규정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자, 노동계에서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직후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회사와 대표자의 지시 없이 노무담당자가 단독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하기 어려운 노사관계 현실을 도외시 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또 “(부당노동행위) 행위자에 대해서만 처벌한다면 법적 실효성을 거두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번 위헌 결정을 이유로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행위가 더욱 많아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놨다.

현대자동차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아직 2라운드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직후 “헌법재판소결정 취지에 부합하면서도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법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회사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해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회사가 고용한 임직원이 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형벌을 하는 것은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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